이미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관리할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많으며, 어떤 곳은 2개 이상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에이전트의 확산(agent sprawl)은 기업 내 다양한 영역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복잡성을 높이고 보안 문제를 가중시키며 투자 대비 수익률(ROI)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벤더들은 자사 제품군에 에이전틱 AI 기능을 추가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IBM,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워크데이, SAP 등이 이미 AI 에이전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인포매티카(Informatica)도 최근 자사의 지능형 데이터 관리 클라우드(Intelligent Data Management Cloud)에 AI 에이전트를 탑재해 데이터 처리 자동화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벤더 종속 우려
분석가들은 에이전트 플랫폼 확산의 배경으로 벤더 간 경쟁 심화와 벤더 종속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컨설팅 기업 웨스트 먼로(West Monroe)의 임원 캠 크로스는 “현재 대부분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엔터프라이즈 SaaS 벤더가 각기 다른 형태의 에이전틱 AI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은 어떤 솔루션에 투자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크로스는 “에이전트 시장에 뚜렷한 1위 벤더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 플랫폼에만 투자할 경우 향후 종속 위험이 크기 때문에 고객들이 다수의 에이전트를 병행해 도입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벤더들이 무료 또는 저비용 도구와 다양한 혜택을 앞세워 고객을 유인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 더’ 추가하려는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반복되는 기술 도입 패턴
이런 현상은 에이전틱 AI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생성형 AI, 대규모 언어 모델(LLM), 그리고 그 이전 세대의 자동화 도구에서도 유사한 확산 패턴이 반복됐다.
퓨처럼 그룹(The Futurum Group)의 CIO 담당 책임자 디온 힌치클리프는 과거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사례를 언급하며, “처음에는 단순한 청구서 자동화, 고객 온보딩 등의 작은 사럐로 시작했지만, 곧 취약하고 중복된 봇들이 무질서하게 운영되며 관리 문제를 야기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다. 자율 에이전트는 일종의 ‘두뇌를 가진 RPA’로 더 똑똑하고 유연하지만, 조율 없이 도입되면 충돌, 중복 작업, 사용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트먼로의 크로스 역시 현 상황이 애플리케이션 간 데이터 교환을 지향했던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버스(ESB) 아키텍처의 도입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에도 여러 벤더가 자사 중심의 ESB 도구를 내세우면서 기업 내부에 유사한 도구들이 과도하게 늘어났다. 결국 비용 절감을 위해 통합 정리가 불가피했다”라고 설명했다.
RPA, ESB, 에이전틱 AI 등은 모두 유사한 과제를 안고 있다. 동일한 작업을 위해 여러 기술 플랫폼을 사용하면 운영 및 지원 비용 증가, 라이선스 복잡성, 다양한 역량 유지 등 여러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에이전트옵스(AgentOps)가 해법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에이전트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IT 리더들이 이 문제가 고착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워커 플랫폼 두저AI(DoozerAI)의 공동 설립자 폴 차다는 과거의 기술 도입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베이스 확산은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클라우드 확산은 중앙 관리 없는 구매의 비효율성을 일깨워줬다”라고 지적했다.
힌치클리프는 지금이야말로 ‘에이전트옵스(AgentOps)’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 수명 주기 관리, 통합 가시성(observability), 보안, ROI 측정 등을 위한 전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데브옵스(DevOps), ML옵스(MLOps)와 같이 도구, 정책 기준, 측정 체계, 중앙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고, 교차 기능 팀을 구성해 각 부서가 독자적으로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상황을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에이전트 확산을 통제하는 프로토콜
AI 에이전트의 무분별한 확산을 통제할 또 다른 방법은 에이전트 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확보하는 것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AI 시스템과 데이터 소스를 연결하는 범용 개방형 표준인 MCP(Model Context Protocol)나, 여러 시스템에 걸친 자동화 워크플로우를 위해 구글의 A2A 프로토콜로 표준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MCP와 A2A 모두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관련 프로토콜과 인터페이스 표준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IT 리더들은 에이전틱 AI 프로토콜 확산이라는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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