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구글은 각각 대규모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두 행사의 공통점은 챗봇과 언어 모델에 대한 논의를 넘어 AI 에이전트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AI 에이전트는 어쩌면 생성형 AI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기술 기업들이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신기술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RPA 같은 기존 자동화 기술의 자연스러운 진화로 본다면, 특히 기업 환경에서는 실질적인 이점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챗봇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마케팅 메시지는 개인 사용자와 일반인을 위한 일상 업무의 간편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무엇보다도 두 컨퍼런스 모두 결국 웹과 그 안에서의 사용자 활동에 대한 이야기로 수렴됐다.
구글은 ‘AI 모드‘를 웹 검색의 미래라고 제시하며 사활을 걸었다. AI 모드는 구글의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검색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려 보여주며, 티켓 구매나 식당 예약 같은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즉, 모든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유비쿼터스’ AI 비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MS는 구글과 비슷하면서도 인프라에 더 초점을 맞춘 ‘에이전틱 웹(agentic web)’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MS는 AI 에이전트 간 통신을 가능케 하는 MCP(Model Context Protocol), A2A(Agent2Agent), 그리고 웹사이트가 자체 AI 기능을 갖추고 모든 에이전트와 호환되도록 하는 NLWeb 프로토콜을 도입했다.
핵심은 명확하다. 웹 검색과 온라인 활동은 이제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 AI가 맡는다는 것이다.
AI를 매개로 한 미래 비전
문제점은 분명하지만 기술 대기업들은 이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듯하다. 해결되지 않은 핵심 문제 중 하나는 여전히 생성형 AI 모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정 작업은 정밀한 데이터로 훈련하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지식 영역에서는 오류율이 지나치게 높다. 안타깝게도 모델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그 정도의 한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과연 이런 기술을 원하기는 하느냐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 기업이 등장할수록 개발은 수요가 아니라 무엇이 가능한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미 AI가 모든 곳에 침투하는 데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앞으로에 비하면 시작에 불과한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이 매우 즐겁다. 그래서 AI에게 옷이나 어머니 선물까지 고르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가 딸의 생일 파티를 계획해 줬다고 열정적으로 글을 쓴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야말로 사람이 직접 하면서 의미를 느끼는 게 아닐까?
웹과 디지털 경제를 바라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솔루션이 웹사이트와 콘텐츠, 서비스, 제품을 일반 사용자가 이용하는 것처럼 AI도 이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애초에 콘텐츠와 서비스가 존재하는 이유를 완전히 무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신문사가 온라인에 기사를 올리는 이유는 독자와 관계를 맺고 구독이나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다른 기업들 역시 제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충성도와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해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콘텐츠와 제품을 먼저 소비하고, 그 결과를 통해 고객에게 도달하는 2단계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기업과 고객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끊는 결과를 초래한다. 콘텐츠나 서비스의 수익화 통제권은 외부에 넘어가며, 기업이 웹에 존재할 유인은 급격히 줄어든다.
이런 현상은 이미 구글 검색이나 대형 마켓플레이스에서 부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구글에 노출되는 데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구글은 많은 기업의 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만큼의 확산력과 가시성을 제공해 왔지만, 실제로 구글에 종속되기를 바라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직접 고객과 관계를 맺는 것을 선호한다.
AI 시대에는 이 의존이 더욱 커지고, 그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SEO 같은 마케팅 전략에 예산을 투입해 고객 눈에 띄려는 노하우를 쌓아왔다. 앞으로는 그 마케팅 대상이 AI 에이전트가 되는 것일까? 왜냐하면 이제는 고객 대신 AI가 구매 결정을 내리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웹의 존재 이유
구글에 대한 막대한 의존은 결국 이 흐름을 거부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가령 콘텐츠 측면에서 구글은 이미 언론사가 AI 봇의 사이트 콘텐츠 접근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이는 구글 검색 인덱스 생성에서 완전히 제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AI를 거부하면 구글에 노출되기를 포기해야 한다. 결국 자체 역량이 충분한 극소수 언론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 역시 AI 에이전트와의 거래를 피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AI 에이전트가 경쟁사에서 ‘대신’ 구매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장을 예측해본다면, 여기에는 거대한 반독점 이슈가 도사리고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AI 중심 시장에서 어떻게 자유 경쟁을 보장할 수 있을까?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러한 미래상이 마음에 들든 아니든, 하나는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웹의 형태는 ‘에이전틱 웹(agentic web)’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라보는 웹의 미래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본질적인 전환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변화는 알고리즘과 AI 모델이 처음 등장하기 이전의 웹, 즉 사람 중심 웹의 부활 가능성도 동시에 열어놓는다.
그 시절 웹은 사람이 만들고 선택한 콘텐츠, 개인의 추천과 기업-고객 간 직접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구축됐다. 디지털은 단순한 연결 수단이었고, 접착제 역할이었으며, 그 자체로 핵심 상품이 아니던 시절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완전 자동화된 AI 세계보다 사용자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잠시 향수를 떠올려본다면 꽤 근사한 상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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