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대상 고객 서비스, IT, CRM 벤더인 프레시웍스가 4분기 매출 및 이익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직원 약 13%에 해당하는 66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프레시웍스는 이번 감원이 “글로벌 인재 재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감원 계획이 다소 이례적이었던 이유는 호실적 발표와 함께 언급됐기 때문이다. 데니스 우드사이드 CE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분기에 800곳 이상의 신규 고객을 확보해 총 고객사 수가 6만 9,600곳을 넘어섰다”라고 밝혔다.
프레시웍스는 견고한 재무 상태를 알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CFO인 타일러 슬로트는 “프레시웍스의 견고한 재무 상태와 개선된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자본 운용 전략을 확대할 여건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최대 4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번 첫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상시 보고서 8-K(주주가 알아야 할 주요 사건을 공개하는 문서)에 따르면, 이번 감원으로 인한 퇴직금, 직원 복리후생, 관련 비용 등 현금 지출은 1,100만 달러에서 1,300만 달러 사이가 될 전망이다.
이날 직원 공지에서 우드사이드는 “업무 방식을 단순화하고 더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감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원, 영업 마케팅 등 고객 경험(CX) 제품에 집중하는 팀을 통합하고 빠르게 성장 중인 직원 경험(EX) 사업에 인력과 투자를 재배치했다. 이는 프레시웍스의 미래를 위한 강력한 기반을 마련하는 결정이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판단했다. EX, AI, CX 우선순위에 더 집중해 고객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프레시웍스는 사업이 수익을 내고 AI 기반 제품이 고객 가치를 높이는 상황에서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성장을 가속화하고 업무 방식을 단순화해 더 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회사가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설명했다.
CFO 슬로트는 이번 감원에 여러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략적 검토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EX 비즈니스에 더 많이 투자하기 위해 3분기에 다수의 기술 직원을 이동시켰다. 또한 EX, AI, CX 우선순위를 위해 글로벌 인재를 재조정했다. 전 세계 직원을 약 13%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성장을 가속화하고 재투자를 위한 리소스를 확보하며, 업무 방식을 단순화하기 위한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감원의 대상은 인도와 미국 직원들이다. 힌두비즈니스라인 보도에 따르면 프레시웍스 직원 대다수가 인도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번 결정으로 인도 직원의 약 12%인 500여 명이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경우 직원 약 16%가 영향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 호주 및 기타 지역에서도 평가 및 협의 절차가 시작됐다.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도 기술 직원은 일반적으로 미국 직원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받는다. 보통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660명 감원 대상자 중 인도 직원은 500명, 약 76%에 달한다. 이는 감원이 고임금 직원을 해고하고 저임금 직원으로 대체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프레시웍스 대변인 에리카 하워드는 일부 감원이 “팀 간 중복되는 역할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무어인사이츠앤스트래티지의 부사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인 멜로디 브루는 프레시웍스의 감원에 여러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로 많은 기업은 어느 시점에 과잉 채용을 한 바 있다. 아마도 충분히 효율적이지 않은 직원들이 있을 것”이라며 역할 중복도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브루는 프레시웍스가 고객에게 강조해 온 AI가 이번 감원의 핵심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영진이 언급한 ‘효율성’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는 또한 경영진이 말한 인재 ‘재조정’의 의미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년 전에 채용된 직원들의 경우 현재 역할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추측했다. 브루는 “때로는 재교육을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재고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뉴욕시 광고 에이전시 데비토/베르디(DeVito/Verdi)의 최고 경험 책임자인 안토니 신트론도 브루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AI가 프레시웍스의 감원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확신했다.
신트론은 “AI 발전으로 인해 산업 전반에서 해고의 물결이 시작되고 있다. AI 시스템 학습에 기여한 많은 직원은 이제 모델이 업무 활동을 대규모로 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역할 축소를 겪고 있다. AI가 계속해서 효율성을 높임에 따라 프레시웍스와 같은 기업은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인재를 조정하고, 고객 경험 및 핵심 전략 목표를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트론은 또한 감원 대상자 대부분이 인도 직원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24시간 고객 지원 담당자가 많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측했다. 그는 이 직원들이 생성형 AI 기반 채팅 지원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을 것이라며, “효율성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자동화가 떠오른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호실적과 감원의 연관성도 언급했다. 그는 “호실적 속에서 이뤄진 감원은 재정 문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경쟁이 치열한 CRM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운영을 효율화하고 영향력이 높은 영역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런 접근 방식은 기업이 진화하는 비즈니스 목표와 기술 발전에 맞춰 인재를 최적화한다는 더 넓은 산업 트렌드와 일치한다”라고 진단했다.